여름을 힘들게 했던 무더위는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게 실감 나는 날씨. 에어컨 없이 못 자던 열대야는 잊힌지 오래, 창문만 조금 열어 놓고 잠드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슬슬 긴 소매를 꺼낼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어.

긴 소매, 그 시작은 집 안으로부터!

몸이 가장 편안해야 할 집에서 입는 옷 또한 계절의 변화에 맞춰 바꿔주는 재미를 놓칠 수 없지. 가을의 시작을 함께할 잠옷을 찾아볼 시간이야.

홈웨어, 라운지웨어, 파마자 등 의미가 비슷한 단어들이 많은데 가장 초기의 잠옷은 드레스 가운이나 로브와 같은 형태였고, 잘 때 입는 옷이라는 개념의 원조는 ‘파마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 지금처럼 난방이 부족했던 때에 체온조절을 위해 입었던 파자마는 부를 상징하는 옷이었어. 이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면서도 여전히 실크와 같은 고급 소재를 사용하며 오랜 시간 과시용으로 많이 착용했는데,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보다 접근성이 좋은 소재들을 사용하게 되면서 잠옷이 대중화되었다고.

셋업, 로브, 원피스 등의 흔히 떠오르는 형태의 잠옷이 필수품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나를 더 챙기는 기분을 들게 하는 유일무이한 옷이 아닐까 싶어. 색다른 만족도를 높여줄 잠옷 브랜드 3가지를 소개할게.

<폴리>는 '즐거운 날들'을 보내는 것이 인생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마음가짐으로, 가장 좋아하는 잠옷을 입고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문화를 만드는 홈웨어 브랜드야. 기본에 충실한 밑바탕에 팝한 컬러와 위트 있고 과감한 디자인을 더해 폴리만의 색을 담은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어.

<일상직물>은 매일 손에 닿는 물건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곳에 쓰이는 원단을 직접 개발하는 브랜드야. 잠옷 전문 브랜드는 아니지만 단단한 이념과 장인의 기술력이 돋보이고 브랜드만의 독특한 직물 디자인은 그 어떤 패턴에 견주어도 대체 불가한 매력이 있어.

<울랄라>는 '어머나!'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밖에서 돌아와 해방감을 만끽하는 순간처럼 '평범하지만 마법 같은 순간에 나에게 건네는 건강함 외침'을 꿈꾸는 브랜드야. 특유의 따스한 감성을 담은 패턴과 귀여운 매력을 더해주는 프릴 디자인이 사랑스러움 그 자체!

한번 사용해 보면 없을 땐 어떻게 살았나 싶은, 방구석에 꼭 필요한, <삶의 질 수직 상승템>을 담아봤어.

감성적인 인테리어 아이템이었다가 접어서 무릎에 얹으면 가벼운 담요가 되고, 펼쳐서 몸에 두르면 따뜻한 이불이 되는 만능템

흘러내리는 머리를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필수템. 가장 베이직한 디자인으로 집 안에서도 밖에서도 착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에서 느껴지는 새로움이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리메이크 곡. 그 진가는 늘 새롭고 누구보다 빠르게 앞서가려 애쓰는 치열한 분위기 속에서 한 번씩 진정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평소 아끼던 구절을 미래의 내가 필요할 때 다시 읽을 수 있도록 표시한 책갈피 같은,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노래<가을 아침>. 벌써 이 노래가 어울리는 계절이 온 것 같아. 

어떻게 보면 뻔한, 흔하디흔한 결말이 예상되는 그렇고 그런 로맨스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 찰나에 우리를 사로잡는 자극적인 콘텐츠들 사이에서 악역, 재벌, 범죄, 마약, 경찰, 판사, 검사 하나 없는 지극히 순한 맛 영화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누군가는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 테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만한 힐링 영화를 찾고 있다면 이번 주말에 <달짝지근해> 한 편 어때?

한때 별다방에서 히트 좀 쳤던 그 음료 '캐모마일 릴렉서'. 문득 그 맛이 생각나더라고. 은은한 캐모마일 향과 리치의 단향, 레드커런트의 새콤 씁쓸한 맛까지! 티백에 우러난 차(tea)의 맛은 분위기 있는 가을 같다가도 상큼 달달한 과일의 맛은 아직 가시지 않은 여름의 맛 같달까. 오묘한 계절에 오묘한 맛이 잘 어우러지는 한 잔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