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입을까, 저거 입을까 그러다 갑자기 옷 입기가 부질없다 느껴지니 하다 하다 옷이랑 썸 타는 지경에 이르렀어. 문제는 썸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셀프 밀당의 귀재가 된다는 점이야. 애정이 식어도 애써 다시 좋아지려 노력하는 거지. 옷태기 극복에 앞서 애정이 떨어진 이유를 먼저 파악해야 해. 당장 필요한 게 없어서,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계절이 애매해서 등 구매를 안 하게 되는 경우는 많지만 구경은 습관처럼 하거든. 보는 것까지 뜸해지는 건 ①실질적으로 옷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②취향이 변했는데 옷장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원인으로 관심사에서 밀린 거야.

사랑과 기침은 감출 방법이 없대. 옷에 대한 애정이 잠시 식을 순 있어도 사라지진 않아. 사랑은 이렇게 생기는 게 아니겠어? 다시 마음을 당겨야 해!

여기서 말하는 레퍼런스는 착장을 똑같이 따라 할 사진 한 장을 말하는 게 아니야. 어떤 레퍼런스든 똑같이 따라 한다고 절대 내 것이 되지 않는 법, 말 그대로 내가 되고자 하는 스타일에 참고가 될만한 사람을 찾는 거지. 실존 인물이어도 좋고, 극중 캐릭터여도 좋으니 라이프 스타일이나 마인드를 닮고 싶은 입체적인 대상을 떠올려봐. 

두 에피소드는 룩켓지기의 레퍼런스를 담고 있어. 어떤 이유로 대상을 정했는지 궁금하다면 참고해 보길 바라.

알고리즘을 컨트롤이라… 대단히 프로그래머라도 된 것 같지만 실은 아주 간단한 방법이야.

레퍼런스로 취향을 업데이트했으니 쇼핑하는 곳에 ‘내 취향은 이거’라며 좋아한다고 사방팔방에 외치는 거야. 나의 외침을 들은 알고리즘이 어련히 알아서 내 취향의 제품을 떠먹여줄 때까지. 어차피 지배당할 거 제대로 지배하라고 알고리즘에게 정답을 알려준 결과물 덕분에 새로운 브랜드를 알게 되기도 하고, 스쳐 지나갔던 제품이 다시 보이기도 해. 당장 구매할 것이 아니어도 미리 해두면 나중에 꽤 쓸모 있더라고. 

취향 업데이트에도 해결되지 않는 옷과 나의 권태기, 어쩌면 질린 게 아니라 옷장 정리가 시급했던 것일지도 몰라. 알고 보니 안 입는 옷을 정리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던 거지. 안 보이던 옷이 보이고 → 코디 짜기가 쉬워지고 → 착장이 마음에 들고 → 다음날은 또 어떻게 입을지 기대하게 되는 선순환으로 옷태기 극복!

드라마 속 대사를 빌려, 좋아하는 마음을 맘껏 내비치지 않으면 스스로 감동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 마음이 사라져 버린대. 그래서 팔불출을 자처해서라도 옷을 좋아하는 이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옷태기를 가뿐히 극복하고! 먼 길을 돌아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컬러도, 그 역할도 베이직한 아이템들로 장바구니를 채워봤어.

[서울스토어] 2023 Happy New Year(~1/15)